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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뉴스포럼 호외] 환자 안전을 위협하는 임상검사실 규제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8-10-17 15:52:14 조회수 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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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안전을 위협하는 임상검사실 규제

최근 하루가 멀다하고 의료 관련 규제에 대한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원격의료, 인공지능, 의료 빅데이터 등 관련 주제뿐만 아니라 일선 산업계 및 정부 차원에서 내놓는 규제 완화 또는 철폐를 향한 목소리도 다양하다.
이에 더하여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서는 NGS (Next-generation sequencing, 차세대 염기서열분석) 임상검사실 인증에 대한 또 다른 규제를 시도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규제가 과연 의료의 본질인 환자의 생명과 안전이라는 측면에서 필요한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 새로운 의료 기술 도입을 저해하는 제도적 장벽
과학과 의학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최근 수십 년간 의료 현장에 새로이 도입된 기술은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렵다. 특히 최근에는 NGS 기반의 유전 검사가 도입됨에 따라 많은 환자들이 이에 대한 혜택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새로운 의료 기술이 현장에 도입되기 위해서는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
신의료기술평가제도는 2007년 4월 28일부터 시행되었으며, 보건복지부 산하 위원회인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에서 개정된 의료법에 따라 신의료기술의 안전성 및 유효성에 대해 평가하고 있다. 신의료기술평가제도 도입 후 시장 진입을 위한 의사결정 절차가 과거 2단계(허가-급여 결정)에서 3단계(허가-신의료기술평가-급여 결정)로 늘어나고, 의료기술평가 단계에서 신의료기술로 인정받지 못하면 건강보험 급여 신청이 불가능하여 식약처의 허가를 받았음에도 의료기기 시판이 어려운 경우가 발생하는 등 신의료기술평가제도가 의료기기 시장 진입을 가로막는 역할을 한다는 비판이 계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저수가 기조로 인해 오히려 급여 진료행위보다 비급여 진료행위를 의료기관에서 선호하고 있는 구조적 모순을 가지고 있으며, 급여권에 진입하고자 하는 노력을 시행하지 않는 경우가 다수이다. 이러한 비급여 관리기전 부재로 인해 신의료기술평가가 시장 도입 전 선별 절차의 하나로 수행되고 있으며, 신의료기술평가가 외국과 달리 시장 진입의 큰 장벽으로 인식되고 있어 산업계로부터 규제 철폐에 대한 제도 개선 압박을 지속적으로 요청받고 있는 실정이다. 
신의료기술평가 신청 건 중 약 33%는 안전성·유효성을 확인할 만한 근거가 부족한 기술로 결정되어 시장 도입을 허용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근거가 부족한 기술 중에서도 발전 가능성이 있으며, 잠재적으로 이익을 줄 수 있는 기술들이 있으나 이를 지원해줄 수 있는 제도적인 체계가 미흡한 실정이다. 

■ 세계적으로 유래 없는 국내 검사실 규제 제도
외국의 사례를 보면 국내의 임상검사실 인증 제도, 특히 NGS 검사 인증 제도가 얼마나 과도한지 체감하게 된다. 미국의 경우 NGS 연구검사실은 CLIA에 의해 규제받지 않으며 연구용 검사실을 제외한 임상검사실은 CMS에 의한 연방 자격증 교부 혹은 연방 정부가 요구하는 규제(예시: CAP 인증 프로그램)에 상응하는 최소한의 표준을 충족하면 검사실 인증을 받을 수 있다. 미국의 몇몇 주는 연방 표준과 비슷한 자체 규정이 있어 CLIA 규제에서 면제된다. 또한 NGS 분석지침은 새로운 검사를 개발할 때 의료시장 진입을 더 신속히 처리하기 위해 사후검토와 면제 조건을 강화하여 연구개발자에게 힘을 실어주고자 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NGS를 이용한 유전 검사를 실시하려면 기존의 진단검사의학재단이나 병리학회 등의 인증에 더하여 한국유전자검사평가원에 인증도 받아야 하며 더불어 많은 대학병원이나 검사 전문 센터에서는 CAP 인증이나 ISO 인증까지 받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식약처에서는 NGS 임상검사실 인증제까지 추가하려고 하고 있어 일선 검사실에서는 인증 준비를 위한 과도한 행정 업무에 신음하고 있다. 중복되는 인증제도들이 의료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된다면 그에 합당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필요하겠으나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상당 부분 중복되고 있어 현장에서 그 필요성에 대하여 공감을 이끌어 내기 어려운 수준이다. 더군다나 이러한 인증제끼리 서로의 인증을 상호 인정하기 위한 노력도 전혀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이처럼 다양한 중복 인증제를 운영하는 것은 검사의 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을 쏟을 수 있는 시간과 노력의 낭비로 연결된다.
식약처에서 도입 예고를 한 인증 규정을 보면 더욱 가관이다. 검사 장비, 시약, 프로그램 등 NGS 검사 시스템 전반에 대해 자료를 제출해야 하며 이 중 인증을 받지 않은 항목에 대해서는 임상 검사실에서 스스로 그 검사 시스템의 유효성을 확인하고 승인을 받아야 한다. 검사의 분석적 성능 평가 및 임상적 유효성 평가를 위한 표준 검체 및 환자 샘플 확보, 검사 및 결과 분석, 서류 작성 등을 위한 비용 및 업무량을 생각해 보면 이러한 규제가 검사의 질을 높이기 위한 것인지, 검사를 못하게 하려는 것인지 그 의도가 궁금해질 정도이다. 특히 성능 평가를 위한 검사로 수십 개의 검체를 검사하기 위한 데에만 수천만 원의 비용이 소요되는데 이에 대해서는 인증 문항들에 전혀 고려가 되고 있지 않다. 결국 일선 검사실에서는 검사의 질 관리에 소요되는 비용을 줄이거나 총 검사 비용을 상승시킬 수밖에 없으며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의 몫이 된다.
유전 검사의 본질은 불확실성으로부터 확실한 것을 발굴해 나가는 과정이다. 정부 기관들은 NGS 검사의 목적이 무엇인지에 대해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 한 번에 여러 개의 유전자를 경제적으로 검출할 수 있는 능력 때문에 임상 검사실에서 NGS를 운용하는 것이지, 염기 서열 하나하나에 대한 분석 능력이 뛰어나서가 아니다. NGS 검사의 정확성이 개선되어도, 식약처의 틀에 박힌 기준으로는 그 검사의 기본 원리 상 Sanger sequencing을 넘어서기 쉽지 않다. 강력한 규제는 편법만 키울 뿐이다. 현재 식약처 가이드라인은 검출하기 쉬운 종류의 변이만 존재하는 표준 물질 위주로 선정하여 적당히 조합하는 것으로도 난이도가 낮아진다. 각 의료 기관에서 운용하는 NGS 패널 검사의 스펙에 대해 Nucleotide마다 기술해 주기를 원하는 식약처의 입장도 이해가 되지만, 실효성 있는 행위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생길 뿐이다. 진정 NGS 검사의 질을 높이는 길은 현재 NGS 검사가 가진 한계를 인정하고, 그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조사하며 그 노하우를 서로 공유하는 것에 있다. 그리고 이는 학계와 산업계의 협업으로 이루어질 일이지 정부기관에서 어설프게 손을 대면 오히려 부작용만 키울 뿐이다.

서두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과도한 중복 규제는 환자의 안전과 생명이라는 의료의 본질에서 멀어지게 할 뿐만 아니라 일자리 창출이나 산업 발전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 학계에서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유래 없는 국내의 중복 규제 제도가 얼마나 환자 안전에 악영향을 미치는지 관계 당국과 정부, 입법부에 이해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정부 기관 및 각 인증 기관에서는 다양한 인증의 일원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궁극적으로 환자를 위하는 길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하여 새로운 의료 기술이 시의적절하게 의료 현장에 도입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해주었을 때 의료의 질 향상과 환자 안전 향상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관련 산업계의 발전도 따라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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