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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뉴스포럼 호외] 규제 없는 소비자직접의뢰(DTC) 질병 유전자 검사 허용에 대하여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9-03-11 11:09:55 조회수 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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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없는 소비자직접의뢰(DTC) 질병 유전자 검사 허용에 대하여

이경아 (연세의대 진단검사의학과)

2월 11일 산업통상자원부는 규제 샌드박스의 일환으로 질병 유전자 검사를 DTC 형태로 특정 업체에 허용하는 방안을 발표하였다. 이와 같은 DTC 질병 유전자 검사에 대한 규제 면제는 질병과 관련한 검사를 국민건강의 영역이 아닌 의료산업화 측면에서 바라보는 기업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며, 유전자 검사 관리 규정에 대한 국내외 추세에도 역행하는 것으로 국민건강, 윤리적 측면 및 의료보건 체제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것으로 우려된다.

질병 예방용 유전자검사는 특정 질병에 걸릴 것인지 아닌지 정확히 예측할 수 없는 검사로서 DTC 판매에 의한 오남용은 국민건강에 위해가 될 것이다. 종양, 고혈압, 당뇨병 등 DTC의 대상이 되는 대부분의 질환은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합쳐져 발병에 이르게 되므로 유전적 요인만으로 실제 질병이 발생하게 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유전적 요인만 보더라도 이들 질병은 여러 유전자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실제 DTC 검사는 유전적 요인 중에서도 극히 일부분만을 검사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DTC 검사의 임상적 타당도가 부족하기 때문에 국민을 오도할 수 있음을 우려하여 이미 미국, 유럽에서는 DTC 서비스 시행 초기인 2007년 미국인간유전학회, 2010년 유럽인간유전학회 등 유전자검사 전문가들이 지침을 통하여 DTC 검사의 문제점을 발표한 바 있으며, 현재 미국국립보건원 (NIH)에서도 DTC 검사의 부정확성으로 인한 위험성 및 제한점을 소비자들에게 안내하고 있다.

규제 없는 DTC 유전자 검사의 허용은 유전자 검사 규제에 대한 국제적 추세에 역행한다. 현재 국내에서 규제 면제로 시행하고자 하는 DTC 질병 유전자 검사에 대하여 2013년 미국 FDA는 DTC 검사의 신뢰성을 보장할 수 없는 상태에서 소비자들에게 가해질 위해를 고려하여 대표 업체인 23andMe에 검사를 중단하도록 명령한 바 있다. 최근 동기업이 FDA로부터 질병 유전자 검사를 승인받아 검사를 재개하였는데 이는 제품에 대한 FDA 허가 및 미국의 임상검사실 인증을 전제로 한 것이다. 허가된 검사 항목의 성격도 매우 다르다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23andMe에서 시행하고 있는 DTC 항목은 특정 인구 집단에서만 유용성이 인정되는 블룸증후군 등의 희귀질환의 보인자에 대한 검사나, 암 유전자 검사의 경우도 특정 인구 집단에서만 관찰되는 소수의 유전자 변이로 제한하여 시행하고 있어 현재 국내에서 규제 면제로 고려되고 있는 복합질환 검사와는 구별되어야 한다. 최근 외국은 DTC 검사의 오남용 및 국가적인 보건비용의 상승 등이 심각한 문제로 인식되어 오히려 정부에서 이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추세인데 국내에서 이와는 반대되는 규제 면제를 추진하기에 앞서 외국에서 문제가 되었던 다양한 사안들에 대한 분석 및 대안을 고민하여야 한다.

특례사업에 의한 무조건적 DTC 유전자 검사의 허용은 국내 유전자 검사 관련 체제와의 충돌 및 부조화를 초래한다. 2015년에 국내 유전자 검사 전문가 및 의료인들의 우려 및 반대에도 불구하고 비의료기관에 DTC를 허용하는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개정이 이루어졌다. 법률 개정 이후 국내에는 지금까지 형질에 대한 12개 항목에 대한 DTC가 허용되어 있는데, 당시 시행 결과를 분석하여 추후 항목 확대 등 DTC 정책을 결정하기로 하였다. DTC 유전자 검사는 국민의 건강, 안전 및 윤리적 문제를 고려하여야 하는 사안이므로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의 의결 과정을 통하여 2018년 8월 인증제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검사항목을 재심의하기로 결정되었다. 이에 따라 지난 2월 14일 보건복지부는 DTC 검사 항목을 57개 항목으로 늘리면서 유전자 검사의 품질을 평가하는 서비스 인증제 도입에 대한 시범사업 계획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산업통상자원부의 특례사업으로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에서 중요한 윤리적 이슈를 고려하여 의결한 사항에 반하는 DTC 유전자 검사의 규제 면제가 발표되면서 현재 보건복지부 책임 하에 진행 중인 DTC 유전자 검사 관리 방향에 있어서도 혼란이 초래되고 있다.

질병 예방을 목적으로 하는 유전자 검사는 개인의 민감한 정보를 다루는 검사로서 분석, 해석, 결과의 의료적 활용, 유전 상담 등 일련의 시행 과정에서 과학적 타당도뿐 아니라 사회적, 윤리적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 국가의 책임 하에 관리, 감독되어야 하는 DTC 유전자 검사가 오히려 의료산업화 또는 영리화 차원에서 규제 면제의 대상이 되어 안전 장치 없이 국민에게 전달되는 것에 대하여 유전자 검사를 전문으로 하는 의료인 입장에서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는 바이며, DTC 유전자검사의 위험성 및 제한점을 고려한 합리적인 관리 방안이 도출될 수 있도록 규제 면제에 대한 전면 재고가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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